리틀 포레스트: 힐링이 필요할 때 보기 좋은 영화

출처 구글이미지

제목: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개봉: 2018.2.28.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배가 고파 돌아온 시골집

영화는 주인공 혜원이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다가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자신이 어릴 적 살던 시골집으로 잠시 내려오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잠깐이라고 했지만 혜원은 겨울만 보내고 서울로 다시 올라가기는 너무 억울하다며 시골집에서 사계절을 보내게 됩니다. 고향에는 어릴 적부터 친구인 은숙과 재하가 있어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해 먹고 외롭지 않은 시골생활을 하게 됩니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는 혜원은 제철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습니다. 혜원은 배를 채우러 집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마음을 채우러 돌아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영화에서는 사계절 시골 풍경도 많이 보여주지만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혜원의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요리를 하는 과정만 봐도 힐링이 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본 영화와 비교한다면 음식 만드는 과정이 너무 축약되어 나와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음식들이 나와 영화를 보면서 그 음식에 대한 추억과 그 계절이 떠올라 힐링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혜원의 엄마가 요리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한여름에 혜원과 크렘 브륄레를 툭툭 쳐서 깨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여름이 되면 꼭 크렘 브륄레를 해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시골집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로 감자빵 만드는 방법을 보내옵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았던 엄마는 다 크면 알려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금에서야 지킵니다. 혜원이 시골집에서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토마토의 의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노지 토마토 밭 앞에서 엄마와 혜원이 토마토를 먹으며 아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한여름에 밭에서 바로 따서 먹는 신선한 토마토는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하면서 이 장면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빠가 보고 싶냐고 묻는 혜원에게 토마토 꼭지를 밭에 던지며 엄마가 말합니다.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신기해." 이 말이 왜 보고 싶다는 뜻이었는지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로 영화를 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빠를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토마토 꼭지가 되어 매년 토마토 열매를 맺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토마토는 보고 싶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혜원은 겨울에서 가을이 될 때까지 시골집에 머물며 농사도 짓고 바쁘게 농촌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하에게 허를 찔리고 맙니다. 서울에서 도망치듯 내려온 혜원에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라고 재하가 말합니다. 재하의 말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혜원은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의미를 그제야 깨닫습니다.

나만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의 의미

곶감이 맛있어진 어느 날, 다시 깊어진 겨울, 엄마에게 답장을 쓴 채 혜원은 시골집을 다시 떠나게 됩니다. 재하는 아주심기를 하기 위해 혜원이 잠시 떠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합니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나만의 작은 숲을 찾기 위해서 서울로 다시 떠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어 시골집으로 돌아온 혜원은 이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혜원은 도망쳤던 그때가 아닌 이제는 진짜 나만의 작은 숲으로 완전히 다시 돌아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완전히 돌아간 혜원을 보니 돌아갈 수 있는 시골집이 있는 혜원이 부러웠습니다. 영화를 보며 혜원의 시골생활에 대리 만족하며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힐링이 필요할 때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영화,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